두 교황
진지한 영화를 굉장히 오랜만에 봤다…
원래는 콘클라베를 보려고 했는데 아직 ott에는 없었고,
이전에 콘클라베 붐일 때 같이 좋은 평을 받던 영화길래 틀었다.
전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름만 간간이 들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천주교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는 나도(천주교랑 기독교 아직도 차이를 헷갈림. 성당과 교회의 차이만 외움) 영향력이 있는 진보적 종교인임을 알고 있었다.
영화를 틀고 몇분만에 아 베네딕토 교황은… 엄청난 보수구나… 하고 알았다.
초반에는 거부감이 확 밀려와서 나는 왜 사서 고통받는가… 왜 저걸 듣고만 있는가… 저게 말이 통한다고…?하면서 봄. 그러면서도 그 심리는 자기확신에 오래 차 있던 사람이 방황하던 그것이라 이해는 되었다.
내용은 전체적으로 두 교황의 대화로 흘러가며 이해를 돕기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과거사도 같이 등장한다.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좋게 보는 25년도 현대인이었음에도 젊은 시절 애인에게 청혼을 결심한 날 신의 계시를 받아 청혼 파토를 낸 장면은 조금 심란했다.. 여성분은 더 좋은 남편감을 만나셨기를.. 그래도 와이프보다 신을 더 우선하는 사람과의 결혼생활은 안 하는 것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인상 깊었던 건 아르헨티나의 근대 역사였다. 내가 세계사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서 그런지, 고등학생때 과목도 동아시아사만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낯설고 새로웠다. 아르헨티나가 독재 통치를 받고 간신히 민주주의를 회복했다니, 우리나라와 정말 닮았다. 그래서 더 몰입이 됐고, 그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신부 시절이었던 듯)이 뭘 우선했는지, 그를 반대하고 우파라고 몰아가던 사람들이 어떤 걸 더 우선했는지 이해가 갔다. 그에 대한 책임으로 독재자의 친구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도 어쩔 수 없는 결과이기에 더 안타까웠다.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음.. 다만 정치에 독재자보다 덜 노련했을 뿐..
아무튼 아르헨티나의 역사가 궁금해졌다.
두 교황의 국적은 각각 독일과 아르헨티나로, 두 나라 모두 축구로 유명하다는데(몰랐음) 때문에 마지막 에필로그(크레딧)에서도 축구 경기를 보며 맥주를 깐다.
어느정도 각색이 들어갔겠으나 이 나이에도 맥주를 마신다는 건 정말 하느님의 축복이 아닐 수가 없음..
두 인물은 정말 몸짓 하나, 대사 하나에서 보수적인 면모, 개혁을 바라는 마음이 드러난다. 게다가 말싸움도 제법 많이 함. 또한 둘의 입장 차이와 원하는 방향도 다른 와중 성격까지 달라서 보는 내내 어떻게 티테이블을 안엎고 참지? 정말 신기하다..라고 생각하면서 봤다. 나는 원래 영화를 보기 전에 후기를 본다. 그런데 모두의 평이 ‘대립하던 두 인물의 화해와 소통이 위대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게 된다고? 화해와 이해가 된다고?
되더라..
다만 서로를 납득하진 못해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었고, 결국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가 같았기에 가능했다. 모두의 곁에 있는 교회가 되는 것.. 두 인물은 그 방식의 차이가 달랐다. 역시 기점이 된 건 고해성사실이겠지…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이 있다.
신의 목소리란 뭘까?
작품 내내 주인공들의 신념에 큰 획을 긋는 것이 이것이다.
신의 목소리… 나는 이게 자기확신의 연장선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가만 있다가 갑자기 ’난 떡볶이를 먹어야 해‘ ‘난 이 신념을 따라야 돼’
이런 순간적인 확신일까?
사실 나는 이게 너무 궁금해서 성경을 읽어본 적이 있다.
가톨릭의 역사서도 읽음. 유대교가 왜 박해받는지에 대한 책도 읽음.(까먹음)
어려웠고 특별히 와닿는 건 없었다. 대체 이 책에서 어떤 감명을 받고서 그렇게 게으른 사람조차 교회와 성당에 꾸준히 가고 속이 시꺼먼 사람조차 천국에 가길 바라는 건지 늘 궁금하다.
영화에서 베네딕토 교황이 ‘젊을 때는 그 누구보다 신의 목소리가 잘 들렸다. 그런데 지금은 들리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정말 목소리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가 초심도 잃고 무언가 잘못되어 가는 것을 체감해서 그렇게 느낀 걸까?
사람은 생각보다 일이 틀어지고 있음을 잘 느낀다. 모든 게 잘 풀림에도 어딘가 뒷목이 서늘할 때.. 이것도 신의 목소리일까?
주변에 성당과 교회가 워낙 즐비해서 평소엔 이 종교에 대한 깊은 생각을 안 하고 사는데, 이 가톨릭이라는 종교의 역사는 대략 2000년이다. 대단한 종교다. 2000년동안 메이저라니… 역대 교황들의 얼굴을 비춰주는데 정말 중세시대 초상화들이 있더라..
이 2000년이라는 긴 시간 속에서 교황이 사임해서 전 교황, 현 교황 이렇게 두 명의 교황이 공존한 건 아주 이례적이다. 600년 전, 그리고 베네딕토 교황이 사임한 2010년대..
콘클라베와 종교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한테도 제법 친절했고, 잔잔해서 함께 깊은 생각을 하기에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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